눈 오는 날의 점심
김미혜
햇볕 한 줌 들지 않는
갈비탕 가게 앞에서
청국장 항아리 놓고
노점 벌인 할머니
양은 도시락 꺼내
점심 드시는데
눈이 쏟아집니다.
밤 한술 뜨려 하면
손님이 오고
밥 한술 뜨려 하면
손님이 오고
안개꽃보다
더 흰 눈이
차갑게 식은 밥 위로
쏟아집니다.
펑펑 쏟아집니다.
겨울 길바닥에서
눈 섞인 밥
몇 술 뜨고도
할머니는 청국장을 팝니다.
* 김미혜 동시집 <아기 까치의 우산> 중에서
우리 엄마
이장호
평생을
흙에서
농사만 지으시다
세상을 떠나신 우리 엄마
까막눈으로
사신 것이 한이 되어
'지금 글 배워도 안 늦겠제’
하시던 우리 엄마
해질녘
텅 빈 운동장을
바라다보니 자
자꾸 엄마 얼굴이 떠오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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