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/ 이정하
눈을 뜨면 문득 한숨이 나오는
그런 날이 있었습니다
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 불도 켜지 않은
구석진 방에서 혼자 상심을 삭이는
그런 날이 있었습니다
정작 그런 날 함께 있고 싶은
그대였지만 그대를 지우다
지우다 끝내 고개 떨구는
그런 날이 있었습니다
그대를 알고부터 지금까지
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
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,
사랑한다 사랑한다며
내 한 몸 산산이 부서지는
그런 날이 있었습니다
할 일은 산같이 쌓여 있는데도
하루종일 그대 생각에 잠겨
단 할 발짝도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
그런 날이 있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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